[광주] 역사와 종교의 찬란한 조우,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 세계 초연 - 교차로저널 (kocus.com)
[광주] 광주의 예술단체 중 유일한 2023년 서울문화재단 예술 창작 기금 선정 단체인
아트팜엘케이가 신작 무대를 서울에서 연다. 경기 광주시 8경 중 하나인 천진암의 역사를 담은
오라토리오다.
아트팜엘케이는 지난 수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창작 산실 오페라 부분 선정 뿐 아니라 경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등 주요 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기금에 선정됐으나,
유달리 경기 광주시의 지원과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지난 10년 동안 수 많은 국내, 외 공연에도 불구하고 경기 광주시에서의 공연 실적은 전무하다.
단체 소속 지역 문화재단의 철저한 외면 속에도 불구하고 경기 광주 천진암의 역사와 해당 인물인 이벽, 이승훈, 정약종, 권철신의 이야기를 오라토리오로 제작하여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공연을 개최한다.
2023년 지역 예술 단체의 서울 단독 개최 공연은 오직 아트팜엘케이만 하고 있다. 아트팜엘케이의 레파토리인 오페라 시간 거미줄이 극동방송과 통일부 후원으로 전국 공연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트팜엘케이의 신작 오페라 부사네는 부산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 개관 기념 오페라 쇼케이스 공모에 최근 연이어 선정됐다.
아트팜엘케이가 제작하는 한국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가 9월 14일과 15일 상명아트센터 계당홀 대극장 무대에서 인천가톨릭합창단 (지휘 김도환), 보체 디 아니마 (지휘 박태영), 무지카사크라 소년합창단 (지휘 김호정), 국악합창단 K-판 (지휘 백현호), 코리안글로리아필하모닉 (단장 이경미, 악장 여근하) 등 120여명의 예술가들에 의해 세계 초연된다.
오라토리오란 용어는 로마 교황청 부속 예배당 기도소라는 뜻의 'oratory, oratorium'에서 유래했다. 전례를 위한 음악은 아니지만 성서를 기초로 하는 신을 위한 음악을 뜻한다. 종교적 또는 도덕적 내용을 가진 극적인 이야기를 독창, 합창, 관현악을 위해 작곡한 작품을 뜻하기도 한다.
교회는 한 때 오라토리오 음악의 극장 공연을 금지한 적이 있다. 오라토리오의 시작이 보통은 당대 교황이나 대주교의 의뢰로 창작되었을 뿐 아니라 신을 위한 음악이므로 교회에서만 공연하도록 했다. 16세기에 기도와 음악을 통한 교화 목적으로 시작되어 19세기까지 여러 작가와 작곡가들이 오라토리오를 창작했다.
특히 바흐, 헨델, 하이든의 시기에는 교회의 열렬한 후원과 지지로 많은 오라토리오가 창작되었으며 현대에까지 사랑받고 있다. 오라토리오의 특성상 초연의 기록과 의뢰자, 초연 연주자, 악보, 장소 등이 교회박물관에 수백년 동안 기록 및 보관되어 있어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상당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예술기금 음악 분야 선정작이자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 기금 선정작인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1780년의 봉건 조선에 서학이 전래되는 과정과 1801년 조선 왕조의 대규모 천주교 탄압이었던 신유박해까지의 역사적 사실들과 그 안의 실제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이벽 (바리톤 최병혁), 이승훈 (테너 김지훈), 정약종, 권철신 (바리톤 류성현) 등은 이 시대 서학의 민중 전파를 주도하고 경기도 천진암에서 강학회를 열었으며 지금의 명동성당인 명례방 공동체를 이끌었다.
한국 천주교의 도입 역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파견없이 자생적으로 당시의 학자들에 의해 경기도 광주 천진암에서 연구되며 전래되었다. 바로 그 시기를 음악으로 담은 오라토리오로서 제목 역시 순교자들이라는 뜻의 라틴어 마르티레스다.
서양의 학문으로 조선 지도층 선비들에게 연구되던 서학은 주인공들의 시대에 와서 비로소 종교로서의 의미로 깨우치게 된다. 하지만 서학의 초기 전래에 시기는 조선 왕조의 박해로 수 만명의 순교자들이 병인박해까지 약 100년간 계속되는 아픈 역사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의 주인공들도 1801년 신유박해에 한양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참수당한다. 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는 방한 행사 중 가장 첫 번째로 바로 이들이 순교한 땅이자 지금은 서소문역사박물관으로 조성된 곳을 찾아 기도하고 묵상했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김재청 작가와 이지은 작곡가가 오페라 시간 거미줄, 칸타타 초석을 함께 창작하는 동안 동시대의 역사와 종교에 대한 깊은 연구로 탄생했다. 2022년 가톨릭 인천교구과 인천가톨릭합창단의 의뢰로 창작된 ‘한국 천주교 첫 영세자 이승훈 베드로를 위한 칸타타 초석’이 본 오라토리오의 시발점이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에는 칸타타 초석에 담긴 11곡의 모든 음악이 편곡되어 담겨져 있다. 칸타타 초석이 이승훈이라는 한 명의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이벽, 이승훈, 정약종, 권철신을 주인공으로, 1800년대 봉건 조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천주학의 도래와 복음의 전파, 군주정치와 붕당전치의 폐해, 그로 인한 민중의 봉기, 무엇보다 서학이라는 학문에서 종교로의 인식과 귀의를 통해 박해와 죽음의 역사적 사건들을 오라토리오 음악 양식으로 돌아보고 있다.
조선의 혼불 (판소리 백현호), 해금 이승희, 대금 이창선, 생황 김효영은 한국 오라토리오로서 조선의 민중과 당시 동학사상으로 이어지는 민중의 봉기와 애타는 개혁의 민심을 담고 있다.
1막에서는 인조의 삼전도의 굴욕을 시작으로 소현세자의 청나라 볼모 생활 중에 자연스럽게 왕조의 역사에 스며든 천주학을 관현악곡에 담고 있다. 이후 조선 실학자들이 실제 열었던 경기도 천진암 강학회와 첫 영세자의 탄생, 한양 수표교 집회와 가성직제도, 지금의 명동성당인 명례방에서의 기도와 집회까지가 담겨있다.
2막에서는 천주학의 민중 전파와 암울한 박해의 연속, 조선 유교 역사 질서에 반하여 생기는 사회적 격변과 배교, 서학이 전해지며 동학으로 이어지는 민중의 봉기를 연주곡과 합창곡 등에 담고 있다. 1801년 신유박해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 주인공들의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 장면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역사와 종교의 찬란한 조우의 시대를 인간의 노래와 신의 노래로 분화해 당시의 조선 민중들이 그토록 듣고 싶었을 신의 응답을 담고 있다. 처참한 죽음 앞에 신에게 의지하며 마지막 순교 할 때까지 하늘을 보고 싶었다는 순교자들을 위한 진혼곡은 오히려 활기찬 마지막 영어 가사의 가스펠로 담겨져 있다.
최초의 이머시브 사운드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 기술 분야에 선정되어 최초로 이머시브 사운드 극장 음향 기술이 적용된다.
전체 음향 디자인 및 설계는 오디오가이 (대표 최정훈)가 맡았으며 상명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와 객석에 모두 16개의 다채널 서라운드 스피커가 특수 설치되어 조선 민중의 노래와 신의 노래가 360도 입체적 실감 음향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한국에서 최초로 대극장에 실연되는 실감 음향 기술은 유럽 유수의 극장이나 연주 단체도 극히 드물게 연주된다. 음향과 사운드 기술이 집약되고 영화관과 같은 극장 음향 장비가 설치되어야 하며 연주자들이 이에 따라 더 많은 무대 기술과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
장엄 오라토리오를 위해 종교를 뛰어 넘은 대편성 합창 출연
한국에 크리스천의 도입 역사를 다루고 있어 종교와 종파를 초월한 합창단들이 모두 출연한다.
가톨릭을 대표하며 오라토리오 작품의 의뢰자인 인천가톨릭합창단, 명동성당 소속의 어린이 리베라 합창단인 무지카사크라 소년 합창단, 성공회를 대표하는 합창단인 보체 디 아니마, 그리고 국악합창단 K-판 까지 100여명의 합창단과 종교를 초월하여 구성된 코리안글로리안필하모닉까지 거의 모든 종교를 가진 예술인들이 오라토리오의 깊은 역사의 뜻에 함께한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성경과 신의 이야기가 아닌 조선 땅에 서학으로 시작된 종교를 도입하고 순교한 한국 민족과 역사를 담은 대서사로서 전체 23곡 100분간 연주되며 공연 실황은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순교자의 성월 특집으로 전국 중계된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그들은 숨어서 신앙을 고백했으나 지금의 우리는 자유로운 신앙 속에 살고 있다. 역사의 도도한 숨결 아래 몸부림치던 선조들, 신을 향한 애타는 갈구, 계급 사회에서 지식인층이 가진 따뜻한 애민 정신, 불타는 민중들의 개혁의 의지는 느리지만 늘 사회를 변하게 만든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인간으로 인해 계속되는 역사, 역사 속에 종교, 종교를 통한 역사를 어우르며 종교를 뛰어넘어 다시 종교와 역사를 생각해 보게 만들 것이다. 공연 실황은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전국 중계된다.
공연문의 : 아트팜엘케이 070 7787 5067
김서영 기자 sso95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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