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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피아노
죽어가는 바다
바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수면 위를 부유하던 플라스틱 조각이 알알이 부서져 바다의 몸에 박히고, 점점 뜨거워지는 해수 온도에 죽어가는 생물들의 비명소리가 바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우리는 모두 느끼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네 삶 한켠에서 클래식 음악가들이 마음을 모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실시했다고 한다. 장장 10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수많은 음악가들 중 ‘우리의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일렁이는 피아노, 죽어가는 바다’라는 앨범을 출시한 김주은 피아니스트와 이지은 작곡가를 만나보았다. 바다의 음색을 감상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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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은 피아니스트
Q1. 안녕하세요. 금년 10월 28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니셔티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렁이는 피아노, 죽어가는 바다’라는 앨범을 소개하셨는데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앨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김주은입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려면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내년 2월 말 세계초연 예정인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는 대본에 김재청 선생님, 작곡에 이지은 선생님께서 함께해주신 바다와 미래를 소재로 한 오페라입니다. 이제는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기후위기와 해양오염에 관한 내용들을 판타지적 스토리로 풀어낸 오페라이며, 이번 저의 앨범에 바로 이 <칼레아 부탈소로>의 주요 멜로디들을 재창작한 곡들입니다.
Q2.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이다 보니 선율로만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요. 죽어가는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콘셉트로 연주를 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물론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가사가 있는 곡들은 직접적인 의미전달이 더 쉬울 수 있겠지만, 사실 다르게 생각해보면 가사가 없어서 오히려 더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더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클래식 곡들을 연습하다 보면 연주가 잘 안 되는 부분에 매몰되기 쉬운데, 이번 앨범의 곡들을 연주하면서는 곡 전체의 분위기와 각자의 곡들에 각각 다르게 붙여진 제목들을 어떻게 하면 보여줄 수 있을지 음향적인 부분을 더 고민해보며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레코딩 당시에 연주하며 표현하려 했던 것들과, 실제 대중들이 듣게 될 결과물이 최대한 같은 선상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바다가 울부짖는 소리, 해수면 저 밑에서부터 들려오는 고통의 목소리 등은 그래도 잘 녹여져 나왔다고 생각됩니다. 일렁이는 피아노 소리 속에 죽어가는 지금 우리의 바다가 음악이라는 형태로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Q3. 트랙별로 어떻게 음악을 감상하면 좋을지 연주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가장 애착하는 연주곡은 무엇일까요?
1번 트랙 Whispers of the Ocean은 c minor로 시작되는 곡입니다. 보통 마이너, 단조의 곡이라고 하면 단순히 ‘우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슬프고 우울하다는 명확한 단어로 표현되기는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의 넓이와 깊이를 우리가 측량할 수 없듯,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비롯된 바다의 아픔, 바다가 받은 상처는 깊은 바닷속에 오랫동안 잠겨있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것, 그래서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게 하는 측면에서 이 곡은 감상해주셨으면 합니다!
2번트랙 Butterfly in a Submarine은 저의 최애곡이기도 한데요! 장조와 단조의 곡을 단순히 밝은 곡, 어두운 곡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듯, 이 곡도 저에게는 그런 느낌입니다. 해저의 잠수함 속 나비가 마치 어둠 속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찬란히 그 빛을 내고 있기도 하지만, 잠수함 속에 갇혀 나올 수 없는 나비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3번트랙 Breezing Piano Dying Ocean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데요. 다른 어떤 악기보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진 섬세한 음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는 곡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4번트랙 Coral Reefs Bleaching은 ‘퇴색되고 있는 산호초’라는 연주 제목처럼 이번 전체 프로젝트에서 나의 앨범 안에만 담겨져 있는 사라지는 산호초들을 위한 음악이고요, ‘미로’라는 단어를 소재로 한 5번트랙 The Legend of Labyrinth는 우리가 마주한 지금의 기후위기, 해양오염의 현실이 마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과 같음을 표현하였고,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소중한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세상을 애통한 마음으로 연주한 곡입니다..
Q4. 마지막으로 웹진 ‘MAP’ 구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을 통해 기후위기와 해양오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을 표현하는 것에는 많은 방법들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수단으로 음악을 선택했습니다. 의미 있는 취지로 제작된 앨범 ‘일렁이는 피아노, 죽어가는 바다’라는 앨범이 웹진 ‘MAP’ 구독자분들의 마음에 깊이 다가갈 수 있길 바랍니다.
김주은 피아니스트
이지은 작곡가
이지은 작곡가
Q1. 안녕하세요. ‘일렁이는 피아노, 죽어가는 바다’라는 앨범을 작곡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서 작곡, 프로듀싱을 맡은 작곡가 이지은입니다. 앨범의 제작사인 아트팜엘케이는 지난 수년간 기후변화와 해양 문제를 주요 작품의 주제로 삼아 왔습니다. 10여 년 넘게 창작의 구상 즉 스토리 단계부터 크게는 역사와 환경, 그 안에 기후위기, 생태계, 특히 해양 생명, 인간의 삶과 직접적 연결성을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이 앨범은 창작의 기간을 제외하고도 녹음부터 앨범 발매까지 6개월이 넘게 소요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한 건 발매 첫 주에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에서 클래식 음악 차트 Top 10위권 안에 들며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Q2.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이었으며, 작곡 과정 중 가장 고민스러웠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강하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혀지는 음악이 아닙니다. 클래식은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고 미래의 인류와 생명에 온전히 바쳐지는 자의식이 강한 예술입니다. 현대 클래식 음악이라는 창작의 과정과 연주되는 매 순간, 예술과 인간이라는 화두는 스스로에게 질문이 되고 대답은 늘 그것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구와 바다는 1회용품이 아니고 여러 세대를 거쳐 우리에게 왔고 순환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심도있게 고민하였고,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번 앨범을 작곡하는 동안 피아노라는 악기를 매개체로 자연의 소리와 인간의 감정을 엮어내고자 했습니다. 특히, 피아노의 물결치는 음색과 유려한 선율이 바다의 고요함과 폭풍우의 격렬함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Q3. 김주은 피아니스트 외에도 다양한 음악가분들과 협업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떠한 분들과 어떠한 음악을 전달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은, 첼리스트 이경미, 미네르바 오케스트라와 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앨범 모두 가사가 없는 음악이지만 각각의 제목 아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들을 구체적이고도 담담하게 담았습니다.
바다 속 산호초들의 몸부림, 극지방을 건너는 펭귄들의 발자국, 파도와 태풍의 몸짓으로 울고 있는 태평양, 바다가 건네는 고통의 속삭임, 멸종되어가고 있는 바다 고래들 그리고 생물들이 그렇습니다.
Q4.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가 이번에 2번째라고 들었는데요. 이 프로젝트에는 언제부터 참여하셨는지 그리고 왜 참여하시게 됐는지 말씀해 주세요.
긴 시간 동안 여러 작품을 창·제작하였으나 특히 2022년 역사적 요소와 갯벌, 생태에 대해 표현한 오페라 <시간거미줄> 이라는 작품을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와 제작한 것이 큰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r-PET 소재로 드레스를 제작하여 직접 입고 연주하기도 하였고, 이후에도 여러 벌의 공연 의상을 r-PET로 제작하여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만의 색깔로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초청받아 창작예술과 기후환경에 대해 몸소 표현해냈습니다. 이러한 선행작업들이 꾸준히 이어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Q5. 마지막으로 웹진 ‘MAP’ 구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바다를 꾸준히 사랑하며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저희의 음악을 꾸준히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작될 다양한 콘텐츠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앨범을 통해 사람들이 바다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기를 바랍니다.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일렁이는 피아노, 죽어가는 바다’는 단순히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자연과 그 복원을 위한 실천의 첫걸음입니다.